structuralism

구조주의 이전: 사상의 배경


카를 마르크스 (Karl Marx)

  • 주장
    • 인간의 의식이나 본질은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그가 속한 사회적, 경제적 조건(계급)에 의해 결정된다.
  • 근거
    • 인간은 사회적 관계 속에서 존재하며, 가장 근본적인 관계는 생산수단을 소유한 부르주아와 자신의 노동력을 팔아야 하는 프롤레타리아라는 계급 관계다.
    • 어떤 계급에 속해 있느냐에 따라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데올로기)과 이해관계가 근본적으로 달라지기 때문에, 보편적인 인간 본성이란 존재하기 어렵다.
  • 실증 사례
    • '나'의 정체성: 나의 정체성은 "나는 누구인가?"라는 철학적 질문이 아니라, "나는 지금 무슨 일을 하며 먹고사는가?"라는 현실적 질문으로 규정된다. 내가 공장에서 노동을 한다면 '노동자'라는 정체성과 계급의식이 형성된다.
    • 사고방식의 차이: 부유한 자본가와 가난한 노동자는 '정의', '자유', '국가'와 같은 개념을 전혀 다른 방식으로 이해하고 받아들인다. 이는 그들의 물질적 조건이 의식을 규정하기 때문이다.

지그문트 프로이트 (Sigmund Freud)

  • 주장
    • 인간은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주체가 아니며, 스스로 인지하지 못하는 무의식(the Unconscious)의 욕망에 의해 지배받는다.
  • 근거
    • 인간의 정신은 의식의 영역 아래에 거대한 무의식의 세계를 가지고 있다. 사회적으로 억압된 욕망, 고통스러운 기억 등이 이 무의식에 잠재되어 있다가, 인간의 행동과 감정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 따라서 '나'라고 믿는 의식은 거대한 무의식의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 실증 사례
    • 실수와 꿈: 우리가 무심코 저지르는 말실수나 이해할 수 없는 꿈의 내용들은 억압된 무의식이 표출되는 현상이다.
    • 신경증: 특별한 이유 없이 특정 대상을 두려워하는 공포증이나 강박적인 행동(신경증)은 과거의 충격적인 경험이 무의식에 억압되었다가 증상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이는 의식적인 '나'가 내 행동의 완전한 주인이 아님을 보여준다.

프리드리히 니체 (Friedrich Nietzsche)

  • 주장
    • 세상이 보편적 진리라고 믿는 도덕(선악)은 존재하지 않으며, 그것은 약자들이 강자에 대한 원한(르상티망)으로 만들어낸 '노예의 도덕'에 불과하다.
  • 근거
    • 본래 '선'은 자신의 힘과 생명력을 긍정하는 강자(귀족)들의 가치였다. 하지만 나약한 자(노예)들은 강자들을 이길 수 없자, 그들의 강함을 '악'으로, 자신들의 비굴함과 나약함을 '선'으로 둔갑시키는 '가치 전도'를 일으켰다.
    • 기독교는 이러한 노예 도덕이 승리한 대표적인 예이며, 현대인들은 이 노예 도덕에 얽매여 개성과 탁월함을 잃고 평준화된 '대중(herd)'으로 살아가고 있다.
  • 실증 사례
    • 대중의 시기심: 현대 사회에서 뛰어난 개인이 나타나면, 대중은 그를 칭송하기보다 "먼지 털어 안 나오는 사람 없다"며 흠집을 잡아 끌어내리려 한다. 이는 모두가 똑같아야 한다는 노예 도덕이 작동하는 방식이다.
    • 사상의 위험성: 다만 니체의 사상은 '초인'이라는 이상을 정당화하기 위해 '노예(대중)'라는 혐오의 대상을 설정해야만 한다는 점에서, 훗날 나치가 아리아인의 우월성을 주장하며 유대인을 학살하는 것과 같은 파시즘의 논리로 악용될 수 있는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었다.

프랑스 구조주의 철학자 4인방


미셸 푸코 (Michel Foucault)

  • 주장
    • 지식은 객관적 진리가 아니라, 특정 시대를 지배하는 권력과 결탁하여 인간을 통제하는 장치다.
  • 근거
    • 권력은 과거처럼 왕이나 국가가 칼과 총으로 행사하는 것이 아니라, 현대 사회에서는 '정상'과 '비정상'을 구분하는 지식(담론)을 통해 더 교묘하고 미세하게 작동한다.
    • 학교, 병원, 감옥, 군대와 같은 사회 제도는 이러한 지식을 통해 인간의 신체와 정신을 규율하고, 사회가 원하는 '순종적인 몸'을 만들어내는 핵심적인 권력 장치다.
  • 실증 사례
    • 광기의 역사: 근대 이전 사회에서 '광인'은 사회의 일부로 받아들여졌지만, '이성'이 최고의 가치가 된 근대 이후 '비정상'으로 분류되어 '정신병원'에 감금되었다. 이는 인도주의적 치료가 아니라 사회 표준에서 벗어난 자들을 격리하려는 권력의 통제 기술이다.
    • 감시와 처벌 (판옵티콘): 중앙의 감시탑에서 모든 죄수를 볼 수 있지만, 죄수는 감시자를 볼 수 없는 원형감옥 '판옵티콘'처럼, 현대 권력은 보이지 않는 감시를 통해 사람들이 스스로를 검열하고 통제하게 만든다. 현대 사회의 CCTV나 빅데이터 기반의 사회 신용 시스템이 그 예다.

롤랑 바르트 (Roland Barthes)

  • 주장
    •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의 스타일, 즉 '에크리튀르(écriture)'가 우리의 정체성과 삶의 방식을 결정한다.
  • 근거
    • 언어는 결코 중립적이지 않다. 모든 언어 사용에는 특정 사회 집단의 가치관, 이데올로기, 세계관이 녹아있다.
    • 우리가 어떤 집단의 언어(예: 법조인의 언어, 청소년의 은어, 영업사원의 언어)를 선택하여 사용하는 순간, 우리는 단순히 단어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그 집단의 세계관 전체를 받아들이게 되며 그에 맞는 행동과 사고를 하게 된다.
  • 실증 사례
    • 역할에 따른 언어 변화: 평범한 학생이 회사에 입사해 '영업사원'의 말투를 쓰는 순간, 그의 눈빛, 태도, 몸짓까지 그 역할에 맞는 사람으로 바뀐다. 즉, '영업사원의 에크리튀르'가 그의 존재 방식을 규정한 것이다.
    • 반항의 언어: 모범생이던 아이가 불량 청소년들의 거친 말투를 흉내 내기 시작하면, 그의 옷차림이나 행동까지 그 스타일을 따라가게 된다.

클로드 레비스트로스 (Claude Lévi-Strauss)

  • 주장
    • 서구 문명과 소위 '원시 사회'의 사고방식 사이에는 우열이 없으며, 모든 문화는 동등한 가치를 지닌다.
  • 근거
    • 당시 지배적이던 사르트르의 실존주의(역사는 진보하며 서구 문명이 그 정점에 있다는 생각)를 비판했다.
    • 겉으로 드러나는 문화 현상(신화, 친족 관계, 음식 등)은 매우 달라 보이지만, 그 근저에는 모든 인간이 공유하는 보편적인 '무의식적 정신 구조'(예: 이항대립)가 존재한다.
    • 따라서 특정 문화가 더 '발전'하거나 '미개'한 것이 아니라, 단지 주어진 환경과 조건 속에서 동일한 정신 구조를 다르게 표현한 것일 뿐이다.
  • 실증 사례
    • 신화의 구조: 전 세계의 서로 다른 신화들을 분석한 결과, 등장인물이나 배경은 달라도 '날것과 익힌 것', '삶과 죽음', '자연과 문화'와 같은 공통적인 이항대립 구조를 통해 이야기를 전개함을 발견했다. 이는 인간의 정신이 세상을 구조적으로 파악한다는 증거다.
    • 야생의 사고: 아마존의 부족이 수천 가지 약초를 구분하는 지식 체계는 서구의 과학적 분류 체계와 비교해 열등한 것이 아니라, 그 논리적 복잡성은 동등하다. 단지 그들의 생존에 중요한 '관심사'가 달랐을 뿐이다.

자크 라캉 (Jacques Lacan)

  • 주장
    • 인간의 자아(주체)는 온전한 것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분열되어 있으며, 타자와 사회의 상징 질서(거짓)를 통해 구성된다.
  • 근거
    •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을 언어학적으로 재해석했다. 인간은 완전한 주체로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상상계', '상징계', '실재계'라는 단계를 거치며 불안정한 자아를 형성한다.
    • 자아는 결국 '타자'와의 관계 속에서 형성되므로, 순수하고 독립적인 '나'란 존재할 수 없으며 인간은 평생 타인의 인정을 갈구하는 결핍된 존재로 남는다.
  • 실증 사례
    • 거울 단계 (상상계): 생후 6개월경, 아기는 자신의 몸을 통제하지 못해 파편화된 느낌을 받다가, 거울에 비친 완벽하고 통일된 자신의 모습을 보고 처음 '나'라는 이미지를 얻는다. 하지만 이것은 실제가 아닌 '허상'에 자신을 동일시하는 과정이다. 여기서 '내가 아닌 것을 나라고 믿는' 최초의 자기 소외와 분열이 일어난다.
    •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상징계): 아이는 '아버지의 이름'으로 대표되는 사회의 법, 언어, 규칙을 받아들여야만 사회의 일원으로 인정받는다. 이 과정에서 아이는 엄마와 하나가 되고 싶었던 원초적 욕망을 포기(거세)하고, 타인이 만든 사회적 질서(언어 구조) 속으로 편입된다. 이 때문에 인간의 욕망은 언어라는 구조 속에서 영원히 왜곡되고 완전히 충족될 수 없게 된다.